"허리띠 졸라매도 턱도 없네요"…40대 공무원의 '눈물' [돈앤톡]

입력 2024-01-08 07:00   수정 2024-01-08 10:20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진짜 희망 고문도 이런 희망 고문이 없습니다. 신혼희망타운 뜻이 희망고문타운인가 봅니다."

지난 4일 <"아이 낳을 생각 접었습니다"…악몽이 된 신혼희망타운>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사전청약에 당첨되고 그에 맞춰 세웠던 금융과 주거, 출산 계획이 모두 무너졌다는 반응도 있었고 과거 사전예약처럼 당첨자들의 분양가를 유지해달라는 하소연도 있었습니다.

신혼희망타운은 왜 '신혼절망타운', '희망고문타운'이 됐을까요. 얼핏 보기에 일정 지연이나 분양가 상승은 '있을 수 있는 문제'로 보이기도 합니다.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문화재가 나와 공사가 장기간 중단되는 경우는 민간 아파트 현장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건축비가 오르자 이미 확정된 분양가를 뒤늦게 인상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문제들은 수분양자가 계약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문제로 취급됩니다.

문제는 신혼희망타운 당첨자들의 경우, 이러한 일정 지연으로 인한 주거비 부담이나 분양가 상승을 감내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신혼희망타운은 신청 자격이 자산 3억700만원 이하, 소득은 월 372만원 이하(세전 432만원, 2인 가구 기준)로 제한됐습니다. 소득에 가점을 줬기에 1점이라도 얻으려면 세후 월 275만원 이하여야 했습니다. 다시말해 각종 변수를 감당하기에는 여유롭지 않다는 겁니다.
자산·소득 제한해 당첨자 뽑아놓고…오른 분양가 어찌 감당하라고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청약 당시에는 분명 자신의 자산과 수입에 비춰 신혼희망타운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하지만 건설비 상승을 이유로 분양가가 1년에 4000만~5000만원씩 올랐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매달 월급 275만원에서 절반씩 모으더라도 1년에 쥘 수 있는 돈은 1600만원 남짓입니다. 입주가 가능한 줄 알았지만, 갈수록 돈이 부족해지면서 '희망고문타운'이 되는 겁니다.

"아파트가 없어 아이를 못 낳는 것은 변명일 뿐"이라며 유자녀 부부에게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로 만난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당첨자 상당수는 유자녀 부부였습니다. 출산 장려를 위한 정책이었던 만큼, 자녀 수도 가점에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둘 이상인 다자녀 가구도 있었습니다.


이들도 일정 지연과 분양가 상승에 신음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양육비 부담에 돈을 모으기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전청약 당첨자로,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는 40대 공무원은 "기사에서 소개된 아이 학원을 줄인다는 사연이 너무나 공감됐다"며 "우리집도 마찬가지고, 부인과 함께 직접 공부를 봐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허리띠를 졸라매도 분양가가 얼마가 될지 모르니 더욱 답답하다보디 하루하루가 말 그대로 희망 고문"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당첨자는 "최종 확정된 분양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면 다행이지만, 감당할 수 없는 액수가 된다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집도 날아가는 것이잖냐"며 "공고문에 나온 일정과 추정 분양가를 손바닥 뒤집듯 바꿔대니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지적했습니다.
LH "현장마다 지연된 사정 있어…간담회 열겠다"
당첨자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 쏟아냈습니다. 한 당첨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일정 지연 우려가 없는 곳으로 사전청약 대상지를 선정했다고 했는데, 이제는 죄다 늦춰지고 있다. 주택 공급하는 시늉만 내는 데 이용당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다른 당첨자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의무대출 이자율 인상을 시도하는 등 신혼희망타운이 지난 정부 정책이라고 아예 외면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심사숙고 없이 삐걱대는 정책을 만든 이전 정부도, 삐걱대는 정책을 방치하는 현 정부도 밉상이라는 겁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할 말은 있습니다. 일정이 지연된 데에는 현장마다 사정이 있다는 겁니다. 우선 사전청약 대상지에서 멸종위기 동물인 맹꽁이가 발견돼 포획 이주 작업을 하거나, 문화재가 발굴되는 등 예측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는 설명입니다. 지난해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이후로는 비슷한 방음시설의 설계를 모두 변경한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상승한 분양가는 어떨까요. 사전청약 추정분양가는 공고 시점의 택지가격과 기본형 건축비를 바탕으로 추정한 것에 불과하기에 본청약 시점에 심의를 거쳐 분양가가 결정된다는 게 LH의 입장입니다. 일정이 지연되는 동안 오른 건설 원가와 그간 발생한 토지보상채권의 이자가 반영되기에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입니다.

LH는 일정 지연에 대해서는 당첨자들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간담회 등을 통해 공유하겠다는 방침입니다. LH 관계자는 "간담회와 일정 추가 안내 등을 통해 입주예정자들의 혼선을 최소화하겠다"며 "추가적인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이 본래의 목표를 되찾아 신혼부부의 출발을 돕고 출산과 육아에 기여하는 주택정책이 되길 바랍니다. 당첨자들 모두가 청약 당시 꿈꿨던 것처럼 말이죠.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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